[뉴스포커스] 클린스만 감독 경질할까…정몽규 회장 최종 결단 주목

<출연 : 정주희 연합뉴스 TV 스포츠문화부 기자>

[앵커]

대한축구협회가 오늘 전력강화회의를 열고, 카타르 아시안컵 4강에서 탈락한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의 거취를 논의합니다. 오늘 회의가 끝난 뒤 정몽규 회장이 경질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되는데요. 스포츠문화부 정주희 기자와 함께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잠시 후 오전 11시부터 카타르 아시안컵 성과를 평가하는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가 열립니다.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 여기서 결정이 되는 겁니까.

[기자]

아시안컵 성과를 평가하는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에서는 경기력 분석을 포함해 국가대표팀 운영 전반이 논의될 예정인데요. 결국 당초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본선까지 계약을 맺었던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가 최대 쟁점입니다. 지난 8일 밤 입국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이틀만인 10일 자택이 있는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는데요. 클린스만 감독은 오늘 자신의 운명이 논의되는 전력강화위원회에 화상으로 참여할 예정입니다. 그제 임원 회의에 불참했던 정몽규 회장은 전력강화위원회 참석 대상이 아니라서 회의 내용만 보고 받을 예정인데요. 오늘 회의에서 방향성이 정해지면 정몽규 회장이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대한축구협회 내부 의견은 경질로 무게가 실렸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기자]

그제 임원 회의에서는 정몽규 회장을 제외한 10명이 참석을 했는데, 그 중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경질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냈습니다. 임원회의 의견이 구속력은 없지만 정몽규 회장은 이런 의견들이 나온 것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고요. 정치권과 연예계까지 망라한 전국민적 관심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 회장은 오늘 전력강화위원회 회의 결과까지 보고를 받은 뒤에 최종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되면 부임 약 1년 만에 경질되는 셈인데요. 대표팀이 어떻게 이런 상황까지 놓이게 됐는지 정리해주시죠.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클린스만 감독을 처음 선임할 때부터 의문점들이 있었습니다. 독일 대표팀, 미국 대표팀, 독일 바이에른 뮌헨, 헤르타 베를린의 지휘봉을 잡았었던 클린스만 감독은 우리 대표팀을 맡기 전까지 3년의 긴 공백기가 있었는데요. 당시 대한축구협회가 밝혔던 선임 이유를 먼저 들어보시겠습니다.

<마이클 뮐러 /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지난 2월)> "축구는 전술만이 답이 아닙니다. 선수 개개인의 개성을 살려야 하고요. 스타 플레이어들을 관리하기도 해야 합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전술적인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는데, 축구협회는 '인간적인 면모' '좋은 리더'라는 수사로 선임 이유를 설명을 했습니다. 스타 플레이어가 많아진 한국 대표팀의 개성을 살리고, 잘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들었는데요.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이 대표팀을 맡은 뒤 자질 논란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고 계약 조건이었던 한국 체류 대신 잦은 외유로도 논란에 휩싸이기 일쑤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결과를 보고 판단해달라고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아시안컵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4강이라는 성적만 놓고 보면 판단이 어려울 수 있지만, 역대 최고의 멤버들로 보여준 경기 내용이 도마 위에 올랐었죠.

[기자]

아시안컵에서 16강, 8강 이렇게 극적인 승리들을 거두면서 국민들에게 감독을 선사하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다만, 손흥민, 김민재, 황희찬, 이강인 역대 최고의 멤버들을 꾸리고도 경기력 부분에서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은 축구협회 내부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호주와 8강까지는 손흥민 선수 등 선수 개개인 능력으로 어떻게든 승리를 거뒀지만 요르단과의 4강전이 결정타가 됐습니다. '유효슈팅 0개'라는 흑역사를 남겼고, 6경기 총 10실점이라는 불명예를 기록하면서 허무하게 대회를 마쳐야 했습니다. 여기에 클린스만 감독이 "아시안컵 4강은 실패가 아니"라며 어느 때보다 기대가 컸던 한국 축구 팬들의 큰 실망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 기름을 부었는데요. 귀국길 인터뷰 발언 보시겠습니다.

<클린스만 / 축구대표팀 감독(지난 8일)> "저는 한국 팀 감독을 하는 것을 굉장히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요르단전 전까지 13경기 무패를 했기 때문에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회에서는 굉장히 감정적일 수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호주를 이기고는 많은 사람들이 행복했습니다."

[앵커]

클린스만 감독이 사퇴를 거부했고, 결국 '경질론'으로 확산이 됐는데,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대표팀 불화설이 불거졌습니다.

[기자]

주장 손흥민 선수와 이강인 선수의 불화, 영국 매체 '더 선'이 가장 먼저 보도를 했는데요. 요르단과의 4강전 전날, 식사를 먼저 마친 이강인, 설영우, 정우영 등 일부 선수들이 탁구를 치러 갔고, 시끌벅적하자 주장 손흥민 선수가 자제를 시키다가 충돌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손흥민 선수가 멱살을 잡다가 손가락이 탈구되는 부상을 입었고 이강인 선수가 주먹을 휘두르며 반발했지만, 주먹이 닿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차두리 코치가 먼저 말리기 시작했고,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클린스만 감독도 나중에 제지하면서 물리적 충돌 사태는 마무리 됐다고 하는데요. 그러나 일부 고참 선수들은 요르단전을 앞두고 클린스만 감독에게 이강인 선수의 명단 배제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종합해보면 최악의 분위기 속에 요르단과의 4강 경기가 펼쳐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강인 선수가 축구 팬들에게 사과를 했죠.

[기자]

이강인 선수는 우리시간으로 어제저녁 6시쯤 자신의 SNS에 직접 사과글을 올렸습니다. "축구 팬들께 큰 실망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면서 실망하셨을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썼는데요. 사실상 손흥민 선수와의 충돌을 시인한 것입니다. 오늘 새벽에 절친이자 일본 축구대표팀의 에이스, 구보가 있는 레알 소시에다드와 챔피언스리그 16강전이 예정이 돼있었는데 이강인 선수는 교체 명단에도 들지 못했습니다. 조금 공교로운 시점이었지만, 파리 생제르맹은 이강인 선수가 바이러스 감염으로 밤새 앓았다고 출전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앵커]

대표팀 주장 손흥민 선수의 입장도 궁금한데요.

[기자]

손흥민 선수는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밝히고 있진 않습니다. 손흥민 선수는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 패한 후에 마치 국가대표 은퇴를 암시하는 듯한 말을 했었는데요.

<손흥민 / 축구 국가대표(지난 7일)> "제가 먼저 앞으로 대표팀을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저를 더 이상 생각 안 하실 수도 있고 앞으로의 미래는 잘 모르기 때문에…."

당시에는 요르단전 패배에 대한 실망감, 사실상 마지막 아시안컵이 허무하게 끝나버린 데 대한 아쉬움 때문에 나온 발언으로 받아들여졌었는데, 지금은 대표팀 내 불화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 이런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요르단전을 마친 뒤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던 손흥민 선수의 표정이 축구 팬들 사이 다시 회자되고 있는데요. 손흥민 선수는 소속팀 토트넘으로 돌아간 뒤에 자신의 SNS에 "제가 주장으로서 부족했고 팀을 잘 이끌지 못했던 것 같다" "이런 상황 속에도 많은 사랑을 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 죄송하다"는 글을 남겼었는데, 대표팀 불화설이 공개된 지금은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제 포항과 전북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16강 경기가 있었는데, 요르단전 패배 후 벤치에서 눈물을 쏟았던 김진수 선수는 대표팀 불화설과 관련해서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없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앵커]

다시 클린스만 감독 거취 얘기로 돌아와 보면, 정몽규 회장의 마지막 결단에 변수가 되고 있는게, 결국 명분과 위약금이죠.

[기자]

클린스만 감독의 역량이나 악화한 국민 여론을 비춰봤을 때, 외부 전문가들이나 대한축구협회 내부에서도 경질해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리는 것은 확실한데요. 다만,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게 정몽규 회장의 고민입니다. 결과적으로 아시안컵 4강이라는 성적을 냈기 때문에 계약상 경질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데요. 결국 잔여 연봉과 위약금을 주고서라도 경질을 해야 하는 건데, 이 금액이 클린스만 감독과 코치진을 합쳐서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손흥민 이강인 선수의 불화설이 갑자기 수면 밖으로 드러나면서, 요르단과의 4강전 경기력이 클린스만 감독만의 책임으로 볼 수 있냐, 경질 명분이 약해진 거 아니냐 이런 의견들이 나온 것도 사실인데요. 반대로 대표팀 분위기를 다잡지 못한 책임도 있다 이러면서 경질론이 더 커진 측면도 있습니다. 결국에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결국 정몽규 회장의 결단만 남은 상황입니다.

[앵커]

이런 일련의 사태들을 봤을 때 대한축구협회, 특히 정몽규 회장도 책임론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이는데요

[기자]

세 번째 연임 중인 정몽규 회장의 임기는 2025년 1월까지, 1년 정도 남았는데 4연임 도전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할 때부터 정몽규 회장이 깊게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던 만큼, 정몽규 회장도 책임론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는데요. 한 시민 단체는 약 29억원의 연봉을 주고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하고 위약금까지 물게 됐다며 정몽규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까지 했습니다. 정몽규 회장이 오늘 전력강화위원회 이후 결정을 내리게 될 텐데 이후에 클린스만 감독 경질론과, 선수 불화설 등 최근 일련의 사태들에 대해서 정몽규 회장이 직접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앵커]

당장 다음 달에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이 열리는데요.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할 경우 계획을 마련하고 있습니까?

[기자]

클린스만 감독과 결별을 택할 경우, 당장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기에는 다음 달 3월 21일 열리는 태국과의 월드컵 2차 예선까지 시간이 촉박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경질 시 플랜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국내 감독이 일시적으로, 즉 '대행 체제'로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과거 대표팀을 맡았던 감독들, 그리고 프로팀 전현직 감독들이 후보군으로 거론이 되고 있는데요. 대한축구협회 고위관계자들 사이 울산 홍명보 감독과 FC서울 김기동 감독, 최용수 전 FC서울 감독 등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오르내린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차두리 코치까지 아시안컵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 만큼, 클린스만 감독과 결별을 택할 경우 빠르게 후속 절차를 밟아야 코치진 공백 사태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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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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