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던 이춘석 의원의 휴대전화 화면이 한 매체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본회의 중 주식매매를 하는 모습이었는데요.

본인이 아닌 보좌관 명의 계좌로 확인되면서 '차명 주식거래' 의혹이 불거졌고, 인공지능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국정기획위 분과장으로서 관련 주식을 사고 판 게 파장을 더 키웠습니다.

결국 이춘석 의원은 민주당에서 제명되고, 수사까지 받게 됐습니다.

국회에서 본회의가 열리면, 1층에는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정석'에 앉고, 의원들 자리 뒷쪽 2층 좌석은 기자들과 방청객들이 자유롭게 앉습니다.

2층 첫 줄에는 영상·사진 기자들이 포진하는데, 본회의 도중 '딴짓'을 하는 국회의원들은 어김없이 표적이 됩니다.

특히 국회의장석과 먼 뒤쪽에 중진 의원들이 많은데요.

4선 이춘석 의원의 자리는 맨 뒷자리, 카메라가 주시할 수 밖에 없는 자리였죠.

같은 날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보수 진영 인사들의 광복절 특별사면을 요청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한 매체의 카메라에 딱 걸리기도 했습니다.

정치인들의 휴대전화 사진 파문의 역사는 꽤 오래됐습니다.

메시지가 공개된 경우가 가장 많은데요.

2013년, 정호준 전 의원은 '여보 사랑해'란 문자를 보낸 화면이 포착됐는데, 상대는 부인이 아니었죠.

2016년에는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에게 '충성' 메시지를 보낸 게 공개돼 당내에서 논란이 됐습니다.

2020년에는 윤영찬 전 의원이 포털사이트 다음의 뉴스 배치에 항의하며 "카카오 들어오라"는 문자를 보내 논란이 됐습니다.

지난해에는 '의료 대란' 속에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이 수술 관련 청탁을 한 정황이 담긴 메시지가 포착됐습니다.

대통령의 메시지가 공개되는 초유의 일도 있었죠. 2022년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권성동 의원과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메시지였는데요.

윤 전 대통령이 "내부 총질 당 대표"라고 이준석 전 대표를 저격하고, 엄지를 치켜세우는 이모티콘을 보내 일명 '체리따봉' 사건으로 불렸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당정 갈등'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졌는데요.

권성동 의원은 이 사태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사적인 문자'라고 표현했습니다.

<권성동/국민의힘 의원(당시 원내대표, 2022년 7월 27일)> "사적인 문자 내용이 저의 부주의로 인해서 유출·공개되어서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당원 및 국민 여러분들께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2023년에는 신원식 당시 국방장관이 예결위 도중 주식 매매를 하는 듯한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게 찍혀 문제가 되자 "직접 거래한 건 아니"라고 해명한 일도 있었습니다.

'딴짓'하다 걸린 사례들도 많은데요.

본회의나 국정감사 도중 휴대전화로 모바일 게임을 하는 화면이 찍혀 사과한 국회의원들도 있었습니다.

휴대전화 화면 사진 파문은 국내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의 마이크 왈츠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중요한 내각 회의에서 SNS '시그널'을 사용하는 사진이 찍혔는데요.

이미 시그널 그룹채팅에 언론인을 실수로 초대해 민감한 기밀을 공유한 사건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왈츠는 파문이 더 커지자 사실상 경질됐습니다.

2013년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청문회 도중 포커게임을 하는 모습이 찍힌 적도 있습니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잇따르자, 벨기에에선 인공지능과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해, 정치인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감지하고 SNS에 공유하는 프로그램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은 휴대전화를 몰래 보기도 하고, 보안필름을 붙이기도 하면서, 취재진의 카메라를 피하기 위한 대책도 강구했는데요.

지금까지는 '찍히지 않게 주의하자'는 정도였다면, 이번 이춘석 의원의 사례를 보는 동료 의원들의 시선은 조금 다릅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단호하게 이 의원의 탈당을 제명으로 바꿨고, 국민의힘은 '불법 주식거래' 국회의원 전수 조사를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정청래 / 더불어민주당 대표(지난 6일)> "이춘석 의원을 제명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당 대표에 취임하자마자 이런 일이 발생해서 국민여러분들께 정말 송구스럽고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지난 8일)> "모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과 국정위 관계자들이 결백하다면 우리당이 제안한 특검수사와 국정위, 국회의원 차명 재산 전수조사를 거부할 이유가 없습니다."

국회의원은 공적인 자리에선 1분 1초까지도 국민을 대표해 일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국민의 선택을 받아 어렵게 달게 된 '배지'의 무게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이춘석 #국회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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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희(g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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